[인터뷰] 일본 닛산차 카를로스 곤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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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업의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선 미래에는 튼튼한 회사가 된다는 뚜렷한 비전과 경영자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 "

빈사상태에 빠져 있던 일본 닛산자동차 사장으로 취임해 '3년간 5개 공장 폐쇄, 직원 2만1천명 감축' 등 쾌도난마식 구조조정으로 1년 만에 최대 흑자(3월 결산.2천5백억엔 추정)를 낸 카를로스 곤(46.사진)사장은 24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방문한 뒤 부산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1999년 3월 닛산차의 지분 36.7%를 인수하면서 닛산차의 CEO로 부임한 그는 '코스트 킬러' (비용삭감자). '헤드커터' (인력감축자). '세븐 일레븐'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근무)의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담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 구조조정 과정의 저항은 어떻게 극복했는가.

"임직원들에게 먼저 회사가 처한 현실을 얘기하고 치료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이 공감대를 갖고 한 방향으로만 빠르게 나가도록 했다. 또 종업원(인원감축)뿐 아니라 부품업체(절반 축소 및 납품비용 인하).주주(무배당) 등 모두에게 노력을 요구했다. 경영진도 2002년까지 매출액 수익률 4.5% 등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회사를 굳건한 토대 위에 올려 이익을 내는 영구적 기업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점을 임직원들이 이해했을 때 일들이 보다 쉬워졌다. "

- 서구식 구조조정 개념이 일본 등 아시아 기업에 그대로 통용될 수 있나.

"글로벌화한 시대에 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일에 동양식.서양식이 따로 있지 않다. 닛산의 구조조정 계획은 비용절감만을 겨냥한 다운사이징이 아니다. 우선 낭비요인을 떨어내고 비핵심 자산을 팔아 그 돈을 신제품.기술개발 등에 쏟아넣는 것이다. "

- 한국 자동차 기업들에 충고를 해준다면.

"세계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글로벌화는 현실이다. 이들은 제휴를 통해 기술 교류.규모의 경제.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 업계도 글로벌 전략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

- 르노.닛산의 부품 공동구매 프로젝트에 한국 업체들의 문호도 열려 있나.

"르노.닛산의 부품 공동구매는 더 좋은 품질의 부품을 더 싼값에 사는 게 목적이다. 닛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 부품업체가 있다면 언제든 참여가 가능하다. "

- 일본과 미국의 경기침체 등 외부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데.

"일본과 미국 시장의 위축은 예상했던 바다. 기업에 위험은 전략적 조치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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