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부활 신문고시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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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론개혁시민연대(사무총장 김주언)는 지난해 8월 14일 "정부가 신문의 판매 및 광고시장의 불공정 거래 실태를 조사해 신문시장을 정상화하고 신문사에 대한 특혜성 대출을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 는 내용의 '신문시장 개혁 의견서' 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냈다.

이 의견서에는 ▶신문값을 깎아주는 정가 할인을 규제하고▶신문사들이 마음대로 광고료를 높이 산정하지 않도록 광고료 산정 기준을 제정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한달여 뒤인 9월 28일 공정위는 "신중하게 검토해 관련 정책 수립 때 참고하겠다" 는 회신을 보냈다. 공정위는 당시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광고)가격 설정은 사업자 고유의 권한이라 공정위 등 정부가 관여하기는 어려운 사안으로 판단된다" 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공정위는 새 신문고시 초안을 발표하면서 '독과점 지위 신문사가 신문 소비자 판매가 또는 광고료를 원가변동 요인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으로 결정.유지.변경하는 것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 라고 제시했다.

◇ 가격 규제의 문제점〓공정위는 일단 신문사의 판매가격.광고료 규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일부 문구 수정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문 원가로 광고료 등을 재단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광고료의 적정성을 따질 때 열독률 등 광고 효과도 감안할 수 있도록 문구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문사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광고료를 적정 가격보다 높게 유지하지 못하도록 필요가 있다" 고 덧붙였다. 어느 선이 적정 가격인지는 정부가 판단.개입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광고주협회는 공정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가격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광고 등 상품의 가격 결정은 기업의 고유권한으로 정부가 관여할 대상이 아니다" 며 "당사자끼리 협상을 통해 시장가격을 투명하게 결정하도록 신문사의 신문.잡지 발행부수 공사기구(ABC)가입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 신문 공동 판매제는 도입 안해〓신문 공동 판매제 도입 여부와 관련, 공정위는 "신문사가 지국에 경쟁사의 신문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구속하는 것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한 고시 초안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은 "신문 공동 판매제는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지 신문고시로 강제할 대상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문사 판매 담당자는 "이미 자연발생적으로 경쟁지가 아닌 여러 신문을 함께 판매하는 지국이 꽤 많이 등장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비경쟁 신문은 함께 판매해도 경쟁지는 취급하지 않는 지국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대형 신문의 지국 장악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문공동판매제 의무화는 판매분야의 카르텔 성격이 있어 경쟁을 촉진하는 공정위의 본연 업무와 맞지 않는다" 고 말했다.

◇ 유예기간 검토〓공정위는 신문협회.광고주협회.문화관광부 등을 대상으로 새 신문고시 초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작업을 지난 20일까지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내부 검토 작업을 마무리한 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와 공정위 전원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중 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남기 위원장은 "새 신문고시에 대해 유관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부분은 당초 공정위 초안대로 시행할 계획" 이라며 "새로운 내용이 많이 들어갔으므로 발표한 뒤 유예기간을 두는 것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문구 수정을 제외하고는 고시 초안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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