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화장실 찾아 3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맨해튼에서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극히 제한돼 있다. 그나마 이 시설물들은 단체관광을 하면서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정작 혼자 돌아다닐 때는 마땅한 곳을 발견하기가 수월치 않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의 관광명소.식당.백화점.호텔 등이 고작이다. 그래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낭패를 보았다는 방문객들의 볼멘소리가 가끔씩 들린다.

이는 비단 방문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외근직 뉴요커들도 똑같이 느끼는 불편사항이다.

맨해튼 식당 대부분은 '고객 외에 화장실 사용을 금한다' 는 냉정한 안내문구를 아예 입구에 부착해 놓고 있다. 이 문구에 주눅들어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발길을 돌리고 만다.

미드타운 내 42번가와 5번, 6번가 사이에 가면 맨해튼에서 드믄 공중화장실 한 곳이 있다. 뉴욕공공도서관 바로 옆 대로변에 위치한 이 공중화장실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비교적 청결한 편으로 많은 사람이 즐겨 찾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브로드웨이에는 지난 1월 급기야 유료화장실이 등장했다. 이 유료공중화장실은 25센트짜리 동전을 투입해야 이용할 수 있다.

34가와 35가 두 곳에 설치된 이 유료화장실은 한 곳당 투자비가 35만달러나 들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맨해튼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로비층에도 화장실이 있다.

그러나 이곳의 화장실은 종업원이 상주하고 있다. 청결한 화장실을 유지하고 손 씻고 나오는 이용객에게 종이수건 등을 나눠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이용객으로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1달러의 팁만 주면 만사 OK다.

뉴욕에서는 화장실의 성비(性比)도 중요하다. 오래된 건물은 여성을 고려치 않고 화장실을 만들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심한 경우 20여분을 기다려야 볼 일을 볼 수 있다.

링컨센터 내 공연장 중의 한 곳인 애버리 피셔홀은 여성의 편의를 도모한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화장실 이용시간을 감안, 2대1의 비율로 여성에게 더욱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서 이처럼 공중화장실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그러나 나름대로 속사정은 있다. 공중화장실이 많으면 씻을 공간이 있기 때문에 무숙자(無宿者)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 같지만 설득력이 아주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신중돈 뉴욕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