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내 아이와 나누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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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요즘 네살 난 여자 조카가 동갑내기인 남자 사촌과 만나기만 하면 서로 껴안고 결혼하겠다고 말해 기자는 동생들과 함께 배꼽을 잡고 웃는다.

동생들은 '어느새 얘들한테 성교육을 시작해야할 때가 됐구나' 하고 느끼면서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러던 참에 읽게 된 신간『내 아이와 나누고 싶은 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 동생들한테 이렇게 해보라고 권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아이의 나이대별로 성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대화를 예시해주고 있는데, 9남매를 키우고 있는 교육 전문가 부부가 쓴 책답게 풍부한 경험과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저자들의 입장은 아주 보수적이면서도 솔직하다. 아이의 성숙도와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책 내용을 융통성있게 적용해야할 필요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성관계란 아기를 생기게 할 뿐 아니라 부부와 가족을 신실하고 행복한 방식으로 결속시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일' 임을 아이들에게 정확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이가 여덟 살쯤 되는 생일날 성교육에 관한 좋은 그림책을 보여주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들이 사용한 그림책은 국내에 번역돼 있지 않은 점을 감안,『내 동생이 태어났어』(비룡소) 등 비슷한 내용의 국내 도서를 추천한 번역자의 세심한 배려도 엿보인다.

부부가 함께 읽으면서 '몸과 마음을 다하는 사랑' 의 의미를 공감해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성교육 지침서 이상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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