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송병락 교수 특별기고] 정주영식 경영은 바로 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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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 큰바다를 누비는 배 다섯 척 중의 한 척은 현대가 만든 것이라고 할 정도로 현대는 세계 조선시장에서 단연 으뜸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고(故) 정주영(鄭周永)회장은 그 나름의 독특한 '정주영식 경영' 을 통해 이렇게 맨 땅에서 조선과 중공업 등을 세계 제일이 될 정도로 키웠다.

정주영식 경영의 첫째 특징은 개인주의를 바탕에 둔 영미식 경영과는 달리 동아시아식 공동체주의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鄭회장은 생전에 가정이라는 공동체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조직체 경영의 중요성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공동체주의는 한.중.일의 공통된 이데올로기이며, 일본 기업을 세계수준으로 높이는데 바탕이 된 동아시아식 가치관이다.

조선이나 중공업이라는 업종은 한두사람의 개인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공동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공동체주의는 큰 빛을 발했다.

둘째는 시스템경영이다. 배나 중화학제품을 만드는 데는 시작부터 완성단계까지 일사불란한 작업공정을 특징으로 하는 시스템경영이 필요하다. 시스템경영 방법은 21세기 경영이론이지만 鄭회장은 이미 오래전에 스스로 터득해 실천에 옮긴 것이다.

셋째는 급변하는 기업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상황접근법을 철저하게 잘 따랐다는 것이다. 정회장은 사업시작 후 해방,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 혁명 등 어지럽게 상황이 변하는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매출액 1억원도 안되던 현대를 매출액 9백억달러의 글로벌기업으로 키운 것이다.

기업현장이란 항상 유동적이며 급변할 수도 있는데 모든 상황에 맞는 유일한 경영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황접근법이다.

鄭회장은 옛날 경영 이론이나 기법을 고집한 적이 없다. 항상 유연하게 상황변화에 맞게 변화시키면서 적응해 왔다.

넷째는 특수 전략경영방식이다. 잘하는 남의 회사를 따라서 경영하는 것은 '운영상 효율' 이라 하고, 남의 회사에 맞설 수 있는 경영방식을 특수전략경영이라고 한다. 鄭회장은 조선소와 배를 같이 만들고, 물막이에 낡은 배를 사용하며, 겨울잔디를 겨울보리로 대처하는 등 남을 앞설 수 있는 자기만의 경영 즉 특수 전략적 경영을 실천해 왔다.

다섯째는 혁신적경영이라는 점이다. 올림픽 유치시 鄭회장은 올림픽위원들을 감동시켜 불가능하다고 한 올림픽을 유치했다.

한국이 세계 최대규모의 올림픽을 가장 잘 치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덕이 컸다. 소떼를 몰고 방북해 북한개방의 물꼬를 튼 것도 그가 아니었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혁신경영의 일면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섯째, 글로벌 경영이다. 그는 현대가 크게 일어서는 데 필요한 돈을 중동건설수출에서 벌었다. 현대는 전세계 수많은 곳에 기념비적인 건물들을 많이 건설했다. 그는 세계를 보면서 경영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1세기 성장방법이라고 하는 전략적 제휴를 세계 일류기업 및 전문가들과 많이 했다. 규모가 10배를 넘는 도요타자동차나 15배를 넘는 GM과 현대자동차가 경쟁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鄭회장의 경영방식은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특성과 장점을 잘 살린 것이다.

그런 한편 정주영식 경영은 많은 대목에서 故 鄭회장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아니면 성공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이 그의 경영을 그대로 따르기 어렵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경영에서 꼭 배워야 할 점은 급변하는 상황을 잘 간파하고 유연하게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경영자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점이다.

서울대 송병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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