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표정] "빨리 손드는게 낫겠다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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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21일 사임 기자회견에서 "개각이 언제 있을지 몰라 그 전에 먼저 사임하기로 했다" 면서 "(현재) 방향없이 사회 전체를 난도질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책임질 사람이 안지는 데 대한 울분이라고 생각했으며 책임자가 빨리 나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며 "송구스럽다" 를 연발했다.

崔전장관은 이 자리에서 의보재정 대책과 관련, ▶진료비 심사 강화▶원외(院外) 처방료와 진찰료 통합▶적정 서비스를 위한 의보료 인상 등 세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1977년 저부담.저수가.저지급 체계에서 출발한 뒤 모순이 누적돼 오다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이라는 개혁을 계기로 문제점이 폭발했다고 진단했다.

저수가 체제에서 의료기관에 적정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허구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일 일찍 귀가해 물러나기로 결심했으며 21일 낮 청와대 최규학 수석과 상의한 뒤 이날 국무회의 후 이한동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崔전장관이 경질됨으로써 국민의 정부 개혁과제인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은 두 명의 장관을 퇴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崔전장관은 의료계 파업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초 부임했으며 지난해 11월 의.약.정 합의를 이끌어내며 신임을 받는 듯했으나 최근 터진 의보재정 파탄의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7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전임 차흥봉 장관은 지난해 의료계 파업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었다.

기자회견장에는 국.실장뿐 아니라 과장급들까지 모여들어 회견 모습을 지켜봤다. 장관의 경질이 알려지자 일부 직원들은 울먹이기도 했다. 이들은 "장관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 줄은 알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면서 "의보재정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검증을 받는 절차가 남았는데" 라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복지부 직원들은 "장관을 교체해 문제가 해결된다면 천만다행" 이라고 비꼬며 장관 경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민주당 김원길의원이 장관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인은 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의약분업과 의보통합의 큰 줄기가 헝클어지면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을 것" 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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