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CTBT 탈퇴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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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파리=이훈범 특파원]예브게니 아다모프 러시아 원자력부 장관은 20일 '네자비시마야 가제타' 지(紙)와의 회견에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서 러시아가 탈퇴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CTBT가 러시아 국익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러시아는 조약에서 이탈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신문의 비탈리 트레차코프 주필이 "미국.프랑스.중국 등이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핵폭발 실험 및 핵 관련 기술의 현대화를 꾸준히 실험하고 있지만 CTBT를 이미 비준한 러시아는 이 조약에 묶여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핵전력 손실의 우려가 있고 관련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지 않겠느냐" 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아다모프는 또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에 큰 해를 끼치고 있으며 아시아 원자력 시장에서 러시아를 소외시킬 수도 있다" 며 "NPT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아다모프의 이같은 언급은 푸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핵정책의 최고 책임자가 CTBT와 NPT 등 핵 관련 조약에서의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러시아의 핵수출 및 해외협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반발과 경고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이란과 부셰르 원전 건설 지원을 포함하는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라크.쿠바 등과도 비슷한 조약을 맺거나 추진하고 있어 미국측으로부터 핵무기 확산을 돕는다는 강력한 반발을 사왔다.

그러나 아다모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구상에 원자력 발전소를 이용해 핵폭탄을 만든 국가는 없다" 며 미국측의 주장은 억지라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1996년 9월 미국.영국.프랑스.중국과 함께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에 가입했고 지난해 5월 의회의 비준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아직 이를 비준하지 않아 공산당을 비롯한 좌파 세력이 러시아의 일방적인 양보라며 반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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