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성석전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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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화면만 따지고 보면 '와호장룡' 이 부럽지 않다. 고대광실 같은 집 위를 나비처럼 날아다니고, 출중한 칼솜씨로 땅을 번쩍번쩍 가르며, 심지어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전자빔 비슷한 것을 손에서 뿜어대는 뛰어난 무공실력을 보여준다.

다만 흔한 무협영화와 다른 점은 등장인물이 사람(배우)이 아니라 인형이라는 것.

현실적 설득력에선 힘이 달릴 순 있어도 화면 위에 펼쳐지는 장쾌한 액션은 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을 시원하게 한다. 애니메이션 같은 천진난만한 영상에 만화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덧붙였다.

선악이 대결하는 무협소설의 단순한 구성에 의존하고, 그래서 어른이 보기엔 때론 유치한 구석도 있지만, 인형들이 펼치는 현란한 칼싸움에 정신을 팔다 보면 그다지 후회스럽지 않은 오락영화 한 편을 감상한 듯한 여운을 남긴다.

'성석전설' 은 중국의 전통 인형극인 '부다이시' (布袋戱)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지난해 대만에서 개봉해 대만영화의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웠고,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됐다. 제작기간 3년에 제작비 1백25억원을 투입한 화제작이다.

실제 인물에 크게 뒤지지 않는 인형들의 활달한 몸동작과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의 정교한 화면이 맞물리면서 일반 영화에선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재미를 안겨준다.

영화는 무림 최고의 보물인 천문석(동화 속의 도깨비 방망이처럼 천문석을 얻은 자는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을 둘러싼 강호의 혈투를 다루고 있다.

천문석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의 무리와 강호의 평화를 지키려는 무사들의 대립, 그리고 그 와중에 피어나는 로맨스가 그럴듯하게 그려진다. 감독 황창화(黃强華). 원제 聖石傳說. 24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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