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개각론 배경] 화살 돌려 민심 달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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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올해 초 내세운 '강한 정부론' 이 주춤해질까 걱정이다. "

20일 청와대 관계자는 "강한 정부론으로 개혁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고 정국 주도권을 잡았는데 의보 재정 파탄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고 아쉬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육정책 부실, 신공항 개항 준비 소홀 논란까지 겹쳐 국정 관리의 난맥상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이들 사안이 민생 문제며, 자칫 민심 이반을 초래할 사안이어서 金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국민 생활과 직결된 의보 통합.의약분업 정책의 혼선이 국정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이어지는 여론 분위기 때문에 청와대의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기 개각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며 문책 인사를 통한 개각 카드가 효율성이 가장 크다" 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金대통령은 19일 해군사관학교(경남 진해) 졸업식 참석 뒤 청와대로 돌아오지 않고 지방 휴양시설인 청남대(靑南臺)에서 하루를 보냈다. DJ의 청남대 구상도 개각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면서 "각 부처 업무보고가 끝난 뒤 다음달 초께 개각을 단행할 것" 이라던 청와대의 기류도 바뀌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초 개각은 DJP 공조를 단단히 하는 공세적 측면에서 추진했는데 의보 재정 사태로 수세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金대통령은 그런 점을 고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여권이 조기 개각 카드를 거론하는 데는 국정 난맥의 최종 책임이 金대통령에게 돌아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측면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문제 없이 준비가 다 됐다' 고 하는데 대통령이 '노' 라고 할 수 있느냐" 며 의약분업을 밀어붙인 차흥봉(車興奉)당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초점을 맞춰 책임론 확산을 막았다.

개각 시기를 놓고 여러 관측이 있으나 일단 이번주 내에 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의 고위 참모는 주내 개각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당직자는 "우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정부는 개각설로 들뜬 현재의 진용보다 새 내각으로 대책을 세우고 국민을 달래야 한다" 고 '선(先) 개각' 을 주장했다.

金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지난 16일 이른바 'DJP 회동' 에서 개각에 대한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자민련-민국당 3당 정책연합과 관련해 오는 23일 민국당 전당대회를 지켜보겠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자민련과 민국당을 배려하기 위한 이같은 '정치적 개각' 구상은 "국정 쇄신용으로 개각의 성격이 바뀜에 따라 재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고 민주당 고위 당직자가 전했다.

개각 대상에는 국정 표류와 관련된 부처의 장관들이 거론되고 있으며, 외교안보팀 정비 문제도 겹쳐 그 폭이 늘어날 수 있다고 이 당직자는 전망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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