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체력 급속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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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증시 체력이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주식값이 별로 오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내리지도 않는 소모전 양상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주식 매수 여력을 보여주는 고객예탁금이 8조원선까지 줄었고, 매매 쌍방간 힘겨루기 정도를 나타내는 거래대금은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올들어 장세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던 외국인들은 연일 주식을 순매도하며 발을 빼는 양상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19일 현재 8조3백26억원을 기록, 최근 3일새 2천2백80억원 감소했다.

또 거래소시장의 주식 거래대금은 19일 1조1천8백80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20일에도 1조2천1백94억원에 그쳤다.

외국인들은 미 나스닥시장 침체와 원화가치 하락 등에 대응해 지난 15일 이후 연일 4백억~5백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겠느냐는 기대감과 그렇다고 당분간 오를 이유도 없어 보인다는 회의론이 팽팽히 균형을 이루는 모습" 이라며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가장 대처하기 힘든 장세" 라고 진단했다.

安이사는 "과거에도 이와 비슷했던 상황에선 주가가 힘을 축적해 뻗어오르기보다 힘에 부쳐 한단계 추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면서 "현금이 가장 좋은 종목이란 생각으로 끈기 있게 기다렸다 보다 싼 값에 주식을 살 기회를 잡는 게 최선" 이라고 조언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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