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파문 의정갈등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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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뭐 숨을 돌려? 지금 숨돌릴 틈이 어디 있나. 각종 추측과 혼선이 난무하고 야당은 총공격 태셉니다. 하루가 지루하니 빨리 대책안을 갖고 오시오. "

20일 오전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 장관과 통화를 하던 남궁석(南宮晳)민주당 정책위의장의 표정은 갈수록 일그러졌다. 의료보험 재정파탄과 의약분업 차질을 둘러싼 대책논의를 위한 5분간의 통화였다.

대화에서는 여권의 당혹스러움과 당정(黨政)간의 불신(不信)이 그대로 드러났다. 南宮의장은 崔장관에게 "보건복지부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진념(陳稔)경제부총리,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 등과 긴밀히 상의해 오라" 고 요구했다.

통화내용에 대해 민주당 정책관계자는 "南宮의장이 보다 신뢰할 만한 대책을 즉각 만들어 올 것을 요구했고, 崔장관이 '부처간 협의를 끝낸 다음에 하자' 고 답하는 바람에 대화가 다소 '직설적' 이 됐다" 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전날 보건복지부가 보내온 "의료보험 경영 합리화로 2조5천억원을 절감하겠다" 는 12개항의 자구(自救)리스트에 대해 "효과를 검증할 수 없다" 고 퇴짜를 놓았다.

그리고는 의료보험 전문가인 김화중(金花中)의원과 당 정책전문위원 10여명을 동원, 철야로 정부안의 검증작업을 벌였다.

南宮의장은 "정부 정책의 진위를 기업의 검증기법으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 탄식했다.

당무회의에선 "강한 여당론이 위기를 맞는 조짐" (金民錫의원), "현 정권 개혁정책 전반의 비판으로 번질 수 있다" (丁世均의원)는 소리가 나왔다.

반면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의약분업.의보통합 등은 결국 정치적 선택의 산물" 이라며 "실무준비 부족은 몰라도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치적 희생양' 으로 삼으려는 의도" 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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