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 미국, '모리 처방전'에 시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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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일 정상회담의 중심의제는 경제였다. 비록 한반도 정세 및 대북(對北)정책에서의 한.미.일 3국 공조문제 등이 언급됐지만 미국 언론들은 양국 정상이 주로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를 걱정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양국 공동성명도 동맹관계를 강조한 의례적 서론에 이어 바로 경제문제를 언급했다.

성명은 양국 경제가 세계경제의 약 40%를 차지하는 점을 상기시키며 양국이 당면한 경제현안에 공동으로 신속하게 대처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일본이 처방으로 제시한 각론에 대해 미국측 평가는 후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이 심각한 은행부실 문제에 대해 뾰족한 처방을 내놓지 못했으며, 대미(對美)수출과 같은 일시적 해결방안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점을 제대로 약속하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두 정상이 합의한 '경제현안 공동대처' 는 앞으로 양국간 긴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딘 회복세의 일본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엔저(低)를 어느 정도는 용인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일본의 대미수출이 늘어 미국 업계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사실상 제로금리로의 복귀를 결정함에 따라 엔화가치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은 모리 총리의 퇴진이 예정된 가운데 열려 회담의 의미가 축소됐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이 캐나다.영국.한국에 이어 일본으로 일련의 우방 정상회담을 이어간 것은 동맹관계 강화라는 공화당의 노선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부시 정권이 '전략적 경쟁자' 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포위작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용면에서도 미.일 양국은 이미 두 나라가 공동 연구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의 의의를 강조했으며 양국의 안보협력 지속을 역설했다.

공동성명이 언급한 대북한 한.미.일 3국 공조체제는 미국-아시아 동맹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성명은 '긴밀한 협의와 조정의 특별한 중요성' 을 못박았다.

미국의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 한.미.일 3각공조의 재강조는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불거진 한.미간 대북 의견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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