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합당론] 계속되는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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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이 내놓은 'DJP 합당론' 을 놓고 15일 여권 고위 관계자는 "그다운 상황 돌파 논리" 라고 분석했다.

李위원은 "합당론이 소신(4.13총선 전부터 주장해 왔다)이며 정치현실에서 양당정치(DJP당 對 한나라당)가 바람직하다" 고 말해(전날 광주) 파문을 일으켰다.

이 관계자는 "지금 李위원이 처한 상황은 꼬여 있다. DJP공조 회복에 따른 역풍" 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경쟁 대열에서 김중권(金重權)대표의 약진은 그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당장 자신의 지역구(충남 논산-금산)에서 벌어질 논산시장 보궐선거(4.24)후보를 JP에게 양보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총선 때 JP를 '서산에 지는 해' 로 몰아붙이면서 충청권을 차기 대선 전진기지로 삼으려 했던 그의 모험은 성공했지만 정국상황의 변화는 그런 구상을 헝클어놓고 있다.

"李위원에겐 JP와의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그것을 위해 지방선거 공천의 연고권을 넘겨주는 대신 합당론으로 '양보의 명분' 을 쌓으려는 것" 이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李위원은 조만간 JP를 만나 감정을 풀 계획이다.

또 다른 당직자는 "DJP와 이회창 총재의 대치상황에서 李위원은 자신의 정치적 공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논산시장 후보' 선정과정에서 합당론을 제시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李위원측은 논산시장 후보를 넘기는 것을 양당 공조를 다지기 위한 '자기 희생' 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모두 부담을 가질 것" 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충청지역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의 공천 반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李위원측의 합당론에 대해 여권 내부에선 대체로 시큰둥하다. 김중권 대표는 "이 시점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고 잘라말했다.

동교동계 핵심인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며 언급을 피했다. 이날 경기도지부(수원)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다.

당 고위 관계자는 "李위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그의 돌발적인 발언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 고 설명했다.

金대표측은 "합당론은 정계개편 논란을 불러일으켜 여야관계를 냉각시키고 金대표 체제의 순항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고 주장했다. 韓위원 측근도 "합당이 그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해 이뤄진 적이 있느냐" 고 했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이적한 송석찬(宋錫贊)의원이 합당론을 제기한 지 하루 뒤 그와 가까운 李위원이 동조한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 고 강조했다.

이양수.김정욱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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