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업무 중복 부처간 조율 실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정보기술(IT) 산업정책을 놓고 정부부처간의 주도권 다툼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를 비롯한 17개 부처 관계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은 14일 신국환 산자부장관 주재로 벤처기업에 대한 부처간 중복투자를 피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사실상 아무런 결론없이 끝났다.

다만 17개 부처 실무자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벤처기업정책협의회' 를 구성해 장기적으로 상호 이견을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

벤처기업정책협의회(위원장.한준호 중소기업청장)는 각 부처 1급 공무원 17명과 민간전문가 6명 등 총 23명으로 구성되며 앞으로 벤처지원을 둘러싼 부처간 의견수렴과 사전 정책협의기능을 맡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 산자부는 자신들의 주도아래에 국내 IT정책의 중복문제를 해결해 나갈 뜻을 비쳤지만 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정통부 손홍 정보통신정책국장은 "정통부에 비해 우월한 힘을 지닌 산자부가 정통부의 IT정책은 중복된 것이라며 IT정책을 산자부 위주로 끌고가려 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예컨대 정통부와 산자부가 각각 추진, 중복 논란이 일고 있는 도쿄의 IT센터 설립건도 당초 산자부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도쿄사무소를 설립하려 했다가 나중에 IT란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산자부는 재래산업의 IT화에 주력해야 할 것" 이라며 "먼저 산자부와 중소기업청 사이의 IT 중복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문광부도 이날 게임관련 업체의 벤처기업 평가기관으로 문광부를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통부가 이를 거부해 게임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두 부처간 이견을 노출시켰다.

인터넷기업협회 이금용 회장은 "업계로선 닷컴 서비스나 인터넷 기술 등 새로운 산업은 정통부가 맡고, 기존 오프라인의 디지털 사업은 산자부가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평가실명제를 도입하고 ▶벤처기업 지정기간(2년) 중에도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즉각 벤처지정을 취소할 수 있으며▶현재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5%로 돼 있는 벤처기업 지정요건도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다양화 한다는 등의 벤처관리지침을 마련했다.

하지윤.최형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