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감세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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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금 감면은 금리 인하와 함께 선진국들이 단골 메뉴로 내거는 경기 부양책이다.

세금을 깎아주면 정부의 재정에는 부담이 되지만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증가로 소비가 늘어 경기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급속하게 둔화하면서 각국에서 감세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감세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5조6천억달러의 재정흑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을 토대로 1조6천억달러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내용의 감세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미 하원은 지난 8일 감세안의 핵심인 9천5백80억달러의 소득세 감면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속세 감면 등 나머지 감세 법안에 대해서도 조만간 심의할 예정이다. 감세안과 관련, 일부 전문가들과 야당은 "감면 규모가 너무 커 재정위기를 초래할 것" 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1980년대 초 레이건 대통령이 실시했던 감세 결과, 원했던 효과를 얻지 못한 채 재정적자 비율만 2.7%(80년)에서 5.2%(86년)로 뛰었던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지난해 누린 호황을 기반으로 감세정책을 실시, 소비.투자 등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동반 추락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말 평균 소득세율을 3%포인트 가량 내린 33%로, 평균 법인세율은 25%선으로 낮췄다.

영국도 최근 40억파운드(7조5천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한 뒤 현재 의회의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정부는 지난해 8백억프랑(14조4천억원)의 세금이 더 걷히자 얼마 전 법인소득누진세.자동차세 등을 폐지하고 중하류층 임금노동자의 소득세를 줄여 주기로 했다.

일본 여당은 지난주 경기를 살리기 위한 긴급경제대책을 발표하면서 증권.부동산 관련 세율 인하안을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는 재정적자가 워낙 커지고 있어 오히려 세금 징수를 늘려야 할 형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의 누적 재정적자는 6백50조엔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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