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치어리더 '이기면 선수만큼 짜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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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경기 승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건 선수들뿐 아니다. 프로스포츠 치어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 부천 체육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전에 오른 신세기가 홈구장으로 SBS를 불러들였다. 이미 1패를 당해 또 지면 4강 진출이 좌절되는 상황이었다.

1차전이 SBS의 홈구장인 안양에서 열리는 바람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신세기 치어리더팀은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하기 위해 경기 직전까지 연습에 구슬땀을 흘렸다.

2차전 필승을 위해 이들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는 영국 록그룹 퀸(Queen)의 'We Will Rock You' .빠른 비트에 맞춘 박수 소리가 흥겨운 곡으로 홈 팬들의 응원에 불을 지필 계획이었다.

그리고 비장의 카드가 들어 맞았는지 팬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등에 업은 신세기는 SBS를 1백6 - 89로 크게 꺾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가 끝난 뒤 안선영(26) 치어리더 팀장은 "오늘 같으면 정말 '농구할 맛' 나요.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경기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칭찬 많이 들었어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짜릿한 승리의 순간을 빼면, 치어리더 생활은 그다지 달콤하지 않다.

우선 하루 평균 5~6시간 연습해야 하고, 큰 경기를 앞두고는 12시간 강행군도 불사한다.

정신적 부담도 만만찮다. 안 팀장은 "쉬지 않고 춤추는 것보다 팀워크를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 고 말한다. 경기에 졌을 경우 팀 분위기가 침울해져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다.

이들의 월급은 평균 1백50만~2백만원 정도다. 구단과 시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흘린 땀에 비해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액수다. 그래도 이들이 위안을 삼는 부분은 치어리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경기장의 꽃' 이 아니라 '당당한 조연' 으로 봐달라" 는 신세기 치어리더팀은 14일 3차전에 대비해 코믹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어여쁜 치어리더들이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 춤 출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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