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박중훈 "미국선 무명… 부담감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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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잃을 게 없어 겁이 안 난다. "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 대형 영화에 캐스팅된 영화배우 박중훈(35)이 지난 12일 파리로 떠나면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 배우로서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 할리우드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 고 말했다.

박중훈이 출연할 작품은 '양들의 침묵' 으로 유명한 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The Truth about Charlie)' .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인 유니버설이 5천만달러를 투자한 작품이다. 미국 국방부가 잃어버린 1천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되찾는 과정을 그릴 이 액션 영화에서 그는 한국계 전직 미 정보기관 특수요원을 맡았다.

"별 부담없이 연기할 겁니다. 솔직히 저를 주목할 관객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를 세 번이나 보며 저를 캐스팅한 드미 감독의 생각이 있겠죠. "

할리우드 본격 입성이라는 중압감에 몸이 굳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박중훈은 익살을 섞어가며 대답했다.

"제 약점을 강점으로 삼을 작정입니다. 영어만 해도 그래요. 아무리 잘 해도 미국인만 하겠습니까. 한 단어 한 단어 또박또박 말하며 한국인이란 사실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예컨대 오스트리아 태생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보세요. 처음엔 그의 영어가 이상하게 들렸지만 지금은 그다지 어색하지 않잖아요. "

그 특유의 낙관주의가 엿보인다. 박중훈은 파리 도착 직후 촬영에 들어가 오는 6월 중순까지 찍을 예정.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세트에서도 일부 장면을 촬영한다고 한다. 28일에는 그가 주연한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가 파리를 포함해 프랑스 전역 40개 극장에서 개봉되고, 현지 언론의 인터뷰도 잡혀 있어 그로서는 행운이 겹쳤다.

"이번 영화의 반응이 좋으면 향후 2년 정도 미국에 머물며 영어를 더 공부할 겁니다. "

개런티 32만5천달러(약 4억원)가 적은 것은 아닌지 물었다.

"내공(미국 경험)이 쌓이지 않은 것에 비하면 만족하는 편입니다. 만약 제작사측이 그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제시했다면 아예 돈을 받지 않고 출연할 것까지 생각했어요. 국내에선 비싼 승용차가 외국엔 싼 값으로 수출되는 게 평소 기분나빴거든요. "

그는 하반기에 개봉할 '세이 예스' 제작 일정때문에 출국 전날인 11일에도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그래서 평소 거의 걸리지 않는 몸살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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