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조속 답방' 추진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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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장관급회담 테이블에 '김정일 서울 답방(答訪)' 이란 매머드급 현안이 오르게 됐다.

'상반기 중 답방 성사' 란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여오던 정부가 13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5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에 金위원장의 조기 답방을 공식 요청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측의 '택일(擇日)답장' 만 기다리다가는 자칫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감지됐듯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이 골격을 완전히 갖출 6월을 넘기면 북.미간 갈등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

정부 관계당국이 최근 들어 '5월 중순~6월 초 서울방문 추진' 으로 날짜를 좁혀 잡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金위원장의 답방을 무리하게 요구할 경우의 부작용도 고려해 조심스런 접근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金위원장에 대해 '회의(懷疑)' 라든가 '검증' 운운하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평양측이 불쾌감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긴장완화 분야에서 '내용물' 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답방문제를 피해가려 할 경우 회담 전체가 망가지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걱정" 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래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에 가장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남북관계가 충분히 진전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장관급회담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파악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인식을 북측에 전달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제네바 합의 이행과 미사일 수출 포기 등을 보장하면 체제안정과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포괄적 상호주의의 취지도 강조할 방침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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