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운동 결산] 삼성전자서도 영향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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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9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다윗과 골리앗' 의 한판 싸움이 벌어졌다.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이사후보로 추천한 전성철 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장과 삼성측이 추천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중 누가 이사가 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각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전성철 후보는 참석자들이 보유한 주주 8천8백여만주 가운데 16%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에 반해 이학수 후보는 87%의 지지를 받았다.

참여연대측 후보가 탈락했지만, '16%' 의 찬성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참여연대가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운동은 소액주주들을 모아 일정 지분을 확보, 상법과 증권거래법에 보장된 소수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적 수단을 동원해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운동이다.

제소액주주운동은 일은행을 시작으로 삼성전자.SK텔레콤.현대중공업 등 핵심 대기업들을 상대로 전개돼 왔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해당 기업에 독립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토록 하는 것이다. SK텔레콤과 현대중공업의 경우 참여연대가 공감하는 인사나 참여연대가 추천한 사람을 사외이사에 선임키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참여연대측의 추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주총에서 사외이사 아닌 사내이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앞서 국내 소액주주는 물론 기관투자가와 외국투자가들에게 전성철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해 왔다.

그리고 최근 국내 연.기금이 참여연대측에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사 선임에는 실패했지만 '16%' 의 지지에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는 입장이다.

소액주주운동은 이처럼 경영진의 입김이 강하게 먹히던 우리 기업 경영풍토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 사이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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