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택시기사 이홍순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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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백제의 고도(古都)공주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다라노 무까시노 미야꼬 공주오 호몬시데 아리가도 고자이마스)"

충남 공주시에서 올해로 27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이홍순(李虹純.55.사진)씨는 그냥 운전기사가 아니다.

일본인 관광객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일본어 관광안내원으로 변신한다. 함께 내려 무녕왕릉.공산성.공주박물관.갑사 등 공주지역에 흩어져 있는 각종 유적의 유래와 역사적 배경 등을 설명하는데 전혀 막힘이 없다.

국졸학력이 전부이던 그가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92년부터. 해마다 3만여명의 일본인들이 일본문화의 뿌리를 찾겠다며 공주로 몰려드는데 일본어 한마디 못한 李씨는 택시요금조차 제대로 계산할 수 없을 때가 허다했다.

그래서 "택시요금이라도 잘 받아보자" 며 일본어 학원에 등록, 매일 밤마다 1시간씩 일본어 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97년 한국외국어능력평가원의 실용일본어 1급 시험에 합격, 일본인 택시 승객을 상대로 5년째 무료 일본어 가이드 노릇을 하고 있다.

내친 김에 공주시내 야학에도 다녀 대입검정고시까지 마쳤다. 이어 지난해 대전대학교 일어일문학과(야간)에 입학했다. 그의 아들 내열(23)씨는 같은 학과 1년 선배(99학번)다.

지난 1월 공주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공주시지부장에 뽑힌 그는 요즘 조합원 2백30여명을 대상으로 하루 2시간씩 일본어 회화를 가르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많은 택시기사들이 관광 공주의 전통과 친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는 전도사가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공주〓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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