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해석' 다른 한미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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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논란이 시끌벅적하다. 8일 아침(한국시간) 한국 언론은 미국이 한국의 대북(對北)포용정책을 지지했으며 양국간 갈등 요소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14시간 늦은 미국 시간으로 8일 아침 나온 미국 주요 신문들은 한국의 기대와 달리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고 전했다. 지면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타격(blow).거절(rebuff), 그리고 한.미간 갈등(at odds)같은 표현이 찍혔다.

온건론자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행정부 매파간의 균열(rift)이란 분석도 등장했다. 마치 똑같은 영화를 보고 관람평이 갈리는 듯하다. 혼란은 어디서 온 것일까.

우선 양국 언론의 제작 실무적 차이가 있다. 한국 언론은 정상회담에 앞서 金대통령과 조찬을 같이 한 파월 국무장관의 언급을 정상회담의 주요 기조로 해석했다. 파월은 "큰 틀에서 한국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고 분명히 말했다. 마감시간 때문에 한국 언론은 두 정상의 기자회견을 담을 수 없었다.

미국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북한에 대한 회의감(skepticism), 북한의 투명성(transparency)문제 등이다. 파월의 "미사일 협상 서두르지 않는다(no hurry)" 는 언명도 이어졌다.

사태의 또 다른 배경은 관점과 이익의 문제인 것 같다. 언론에 회담을 설명하는 한국 당국은 아무래도 남북대화.햇볕정책 등에 대한 미국의 지지 여부를 맨앞에 두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의 초점은 다르다. 그들에게 북한은 미사일.핵.테러 등과 동의어다. 이산가족은 뒤로 밀린다.

미사일이란 렌즈로 보면 부시의 회의감.의구심.검증같은 단어가 굵게 보인다. 반면 포용정책이란 망원경으로 들여다 보면 화해.협력정책의 지지가 크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모든 렌즈를 벗어던지는 게 냉정한 것일 게다. 그런 점에서 정상회담과 정상오찬에 배석한 미국관리 2명이 회담내용을 내외신 기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한 것이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 이 또한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그들의 전언을 보면 미국은 분명 '총론 찬성, 각론 유보 내지 협의' 라는 흐름을 타고 있다.

김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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