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문명의 수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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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천문학자의 대다수는 외계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구에서 생명이 나타나 진화한 것이 자연법칙에 따른 우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행성은 우주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외계지능탐사(SETI)계획이 출범했다. SETI는 1992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시작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세계 도처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수천개의 항성을 대상으로 외부의 지성체가 보내올지 모를 무선신호를 탐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항성간 통신을 할 수준에 이른 문명이 우리 은하계에 얼마나 될까. 영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이를 계산하는 식을 만들었다. '드레이크 방정식' 의 변수는 7개다. 이 중 6개까지의 계산은 확률추정으로 간단하게 나온다.

우선 우리 은하계 내 별의 숫자를 추정(약 4천억개)한다. 여기에 별이 행성(대개 10개 정도)을 거느리고(확률 10%) 그 행성이 생물이 살기에 적합해(10%) 생명이 탄생하고(10%) 지능이 진화해(1%) 항성간 통신기술을 개발할 확률(10%)을 곱하면 된다.

4백만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우리 은하계 탄생 이래 1백억년이 흐르는 동안 멸망했을 것이다.

여기서 일곱째 변수가 등장한다. 기술이 발달한 종은 얼마나 오래 살아 남는가 하는 질문이다. 평균 1천만년이라면 현재 그런 문명이 4천개 정도 존재한다는 답이 나온다(4백만개×1천만년/1백억년). 1만년이라면 4개로 줄어든다.

우리는 지구 외의 문명을 전혀 알지 못하므로 일곱째 변수의 값을 매기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 얼마나 오래 살아 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전쟁무기, 특히 대량파괴 무기의 발달을 수반해 왔다. 문제는 이와 함께 도덕 수준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세기는 '과학의 세기' 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세기' 로 꼽히는 것이다.

21세기 벽두에 미국 부시 행정부는 국가미사일방위(NMD)계획을 발표해 '전략무기제한협정 위반' '군비경쟁을 부추긴다' 는 국제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탄두의 총 숫자는 2만6천여개, 60억 인류를 몇차례 멸절시키고도 남을 숫자다. 이것이 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외계 문명이 현시점에서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지구인류를 들여다본다면 앞으로 얼마나 존속하리라고 볼까. 1백년? 1천년?

조현욱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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