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절반 난개발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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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 국토의 등뼈이자 생태계 보고(寶庫)인 백두대간이 도로.채석장.스키장 등 마구잡이 개발로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국토연구원.녹색연합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지리산 천왕봉에서 강원도 고성군 향로봉에 이르는 백두대간 남한지역 6백70㎞를 정밀조사한 결과다.

백두대간을 17개 구간으로 나눠 평가한 '생태등급도' 에서 3개 구간이 5개 생태등급 중 가장 낮은 5등급으로, 5개 구간이 4등급으로 판정됐다. 절반 정도가 낙제점이어서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것이다.

이 가운데 88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고리봉~백운산 구간과 경부고속철도 공사가 진행 중인 삼도봉(전북.충북.경북 경계지점)~작점리 고개 구간은 생태적 건강성.연결성.훼손 정도 등 6개 평가항목에서 모두 나쁜 점수를 받아 종합등급 5등급을 기록했다. 채석장이 위치한 작점리 고개~비재 구간도 5등급으로 판정됐다.

반면 생태계가 잘 보존된 천왕봉~고리봉, 죽령~선달산, 매봉~두로봉, 단목령~향로봉 등 4개 구간은 1등급으로 평가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백두대간 생태 등급도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며 "구간별로 체계적인 보전대책을 마련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백두대간을 관통하거나 가로지르고 있는 88.경부.중앙.영동 등 4개 고속도로를 비롯한 47개의 포장도로와 스키장.목장.휴게소.고랭지 채소단지 등이 백두대간 훼손의 주역으로 지적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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