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공동회견장에서의 두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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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시 대통령은 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거침없는 스타일을 보였다' 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통역이 끝나기 전 한 기자가 질문을 하자 "잠깐 기다리라" 고 제지하는 여유도 보였다. 로즈가든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자신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로 옮기는 파격을 선택한 것도 부시 대통령이었다.

회견 도중에는 질문하려는 미국 기자에게 "조금 뒤 기회를 주겠다" 면서 한국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주고, 다시 그 미국 기자에게 "질문을 아직 기억할 수 있겠어" "그 답이 뭔지 알아 '노' 야" 라고 농담을 던져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예상보다 두배나 많은 8개의 질문을 받고도 사회자가 회견을 마치려 하자 "잠깐, 잠깐 기다려" 라며 한국 기자를 배려했다.

金대통령에 대한 호칭은 'Mr.President(대통령)' 뿐 아니라 외교의전상 파격적인 'this man' 'this President' 도 사용했다.

'회의(懷疑)' '검증' 이란 말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은 안경을 꺼내 쓰고 발언 원고를 찬찬히 읽어 조금의 실수도 하지 않으려는 조심성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면이라는 데 큰 비중을 두어온 자세가 그대로 묻어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국가미사일방위(NMD)문제를 물을 때는 더욱 신중하게 발언했다.

두 정상은 서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金대통령의 지도력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 있는지부터 말하겠다" "평화를 목표로, 평화를 위한 정책을 펴고, 모두가 원하는 평화를 달성할 올바른 동맹과 정책을 취하고 있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표현은 더 극진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와 여러 국제문제에 대해 탁월한 식견과 통찰력을 보여주고, 21세기 세계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어갈 지도자의 면모를 느끼게 해줬다" 고 치켜세웠다.

워싱턴〓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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