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일단 숨통…허약한 기반은 여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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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초부터 은행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중 여유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는 등 자금시장에 따뜻한 '남동풍' 이 불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회사채 발행이 주춤하는 등 아직 허약한 시장 기반이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살아나는 회사채 시장〓지난해 줄곧 발행물량이 줄었던 회사채는 올 1월 순발행으로 바뀌었다. 지난달에는 3조3천7백억원 어치가 순발행됐다. 신용등급이 낮아 소화되지 않았던 BBB급 회사채도 2월에 지난해 5월 이후 처음 순발행을 기록했다.

기업어음(CP)은 2월 중 순발행 물량이 2천2백38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상환한 물량을 빼면 기업들은 지난달 9천억원 어치의 CP를 순발행했다.

이같은 채권시장의 활기는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중 여유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회사채로 몰리기 때문. 지난해 계속 늘던 은행 정기예금은 지난해 말부터 증가세가 주춤했고 2월에는 1조8천억원이 감소했다. 대신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 은행신탁은 2월에 3조1백60억원이 불어났다. 투신사의 수시 입출금식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도 올들어 두달 동안 13조1천7백억원의 돈이 몰렸다.

은행권의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금이 주택분양 시장을 찾는 조짐도 나타났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월에 전달보다 2.16% 줄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기가 되살아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다시 찬바람 불지도〓이달 들어 국고채 등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5% 아래로 떨어졌던 국고채 금리는 지난 7일 6.04%로 올랐다. 그러자 투신권에 자금 유입이 주춤해졌고 BBB등급 회사채 거래도 한산해지고 있다.

주식시장도 2월부터 오름세가 둔해졌다. 고객예탁금이 5천5백억원 줄었고, 미국 증시의 상황변화에 따라 거래소와 코스닥 지수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회사채의 신용등급간 금리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우량등급인 AA-와 투자적격 중 가장 낮은 BBB-급의 금리격차는 지난해 10월말 3.17%포인트에서 올 2월말 5.03%포인트로 벌어졌다. LG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신용등급간 금리격차가 큰 것은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신용 위험을 여전히 크게 본다는 증거" 라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신용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것" 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가 뒷받침하지 않는 한 자금시장의 선순환이 신기루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 박재환 금융시장국장은 "금융시장이 회복되는 기미가 뚜렷하지만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다시 나빠질 수 있다" 며 "올해 신속 인수한 회사채와 프라이머리 CBO(대출채권담보부증권)만기가 돌아오는 내년이 더 걱정" 이라고 지적했다.

김광기.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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