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DJ·부시 "한미는 소중한 동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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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흔들리는 듯이 비춰진 한.미 공조의 틀을 단단히 묶어놨다. "

8일 새벽(한국시간.현지 7일 오전) 워싱턴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 당국자의 평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金대통령은 6.15 평양 정상회담으로 확인된 대북 햇볕정책의 성과와 장래에 대해 설명을 집중했고,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끌어냈다" 고 설명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 을 지지했다.

두 정상은 그런 인식과 공조의 바탕위에 '한.미 동맹(同盟)관계' 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은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소중한 동맹국' 이라고 표현했다" 면서 "신(新)남북시대에 이같은 한.미 동맹관계의 의미는 각별하다" 고 강조했다.

남북한과 주변 4강(미.일.중.러시아)이 각축을 벌이는 한반도 주변의 복잡미묘한 정세를 관리하는 데 있어 '전략적 우선순위' 가 한.미 동맹관계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이르면 4월 말로 예상되는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答訪)▶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때 논란이 됐던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문제를 처리하는 데 한.미간 협조를 중시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따라서 "워싱턴 정상회담은 金대통령이 대북정책의 추진력을 유지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북한의 정세와 그에 대한 접근방식을 공유하는 데 주요한 계기가 됐다" 고 이 소식통은 평가했다.

특히 의회 등 미국조야에서 개정을 주장해온 미 - 북간 제네바합의와 관련, 부시 대통령이 '유지' 를 선택한 것은 金대통령이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공동성명 작성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대목" 이라면서 "미국측이 우리에게 준 구체적인 선물" 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金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근자세가 과거 클린턴 행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실감하는 한편 부시 행정부측에 '대북 포용정책보다 경쟁력있는 대안은 없다' 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켰다" 고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그런 '성과' 를 소개하면서도 부시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짜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총론의 합의와 달리 각론(各論)을 마련하는 데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4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한반도 정책의 분명한 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번 정상회담이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기에 한.미간 정책공조의 틀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또한 '한.미 동맹관계' 를 강조한 대목은 역설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에서 부시 행정부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억제 문제에서 미국측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어느 수준에서 인정할 것이냐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워싱턴〓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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