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가입하면, 중국 성장둔화·실업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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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홍수현 기자]주룽지(朱鎔基.얼굴)중국 총리가 5일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제4차 회의에서 "낡은 경제구조의 미숙한 생산방식은 시장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다" 며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WTO 가입이 성장률 둔화나 실업률 상승과 같은 문제도 가져올 것" 이라고 덧붙였다.

홍콩의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WTO 가입문제와 관련, 전에는 좋은 면만 부각했던 朱총리가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부정적인 측면을 인정했다" 고 논평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BBC방송은 올해 중국의 WTO 가입이 마무리되면 앞으로 5년간 8천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이 개방되고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면 비효율적인 경영방식에 의존하던 중국 기업들의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난해 3.1%였던 중국 도시지역의 실업률은 급등하고, 지난 5년간 평균 8.3%이던 경제성장률도 상당히 낮아질 전망이다.

朱총리는 이날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0차 5개년 계획' (2001~2005년)을 발표하면서 WTO 가입을 서두르되 시장개방의 충격은 완화하기 위한 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성장률을 향후 5년간 7%로 조정하고▶실업률은 5%대로 유지해▶2010년까지 국내총생산을 지난해 1조달러의 두배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또 ▶채권시장을 통해 1백80억달러를 조성, 석유 및 가스개발.철도건설 등을 지원하고▶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朱총리는 "우리는 이미 구조조정 없이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며 "국영기업들은 현대적인 경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과 민영화한 국영기업의 외국 증시 상장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스광성(石廣生)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은 "WTO 가입협상에서 일부 선진국이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양보하지 않을 것" 이라며 "가입시기는 회원국과의 협상결과에 달려 있으므로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고 전인대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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