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외교통상부 첫 여성 국장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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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삶의 화두(話頭)가 '문화' 입니다. 문화외교 업무의 사령탑을 맡게 된 만큼 최선을 다해 문화외교의 지평을 넓혀나가겠습니다. "

외교통상부가 6일 임명한 김경임(金瓊任)문화외교국장의 포부다.

1978년 여성 최초로 외무고시(12기)에 합격한 金국장은 이번에 두가지 기록을 세웠다. 외교통상부 역사상 최초의 여성국장이자 외시 12기 중 첫 국장이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金국장은 민간인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직인 문화외교국장에 8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여성 프리미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고 말했다. 또 "외교부에 들어온 뒤 정보문화국 사무관.문화협력2과장.문화홍보담당심의관 등 한 우물만 파온 것이 임명의 배경이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金국장은 "문화외교 업무를 맡아오면서 최선을 다했으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문화약소국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를 문화선진국으로 발돋움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문화외교 부재' 라는 일부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동안 문화외교 업무는 정무.통상에 가려 인기가 없었습니다. 문화외교국으로 발령이 나면 다들 다른 부서로 가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높아진 위상을 토대로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

金국장은 한국 방문의 해와 2002 한.일 월드컵 등을 문화외교의 지평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서울올림픽 때처럼 한.일 월드컵 등은 한국의 문화역량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만반의 준비로 재외공관을 통해 적극 홍보에 나선다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는 '황진이' '팔만대장경' 등 우리 오페라를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연토록 해 한국문화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그는 "외교관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느꼈던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극복했다" 면서 "열심히 전문성을 갈고 닦으면 여성도 어느 분야에서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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