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하늬 형제의 아이스하키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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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매주 금요일 오후 목포역에서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어린 형제가 할머니와 함께 서울행 기차에 오른다.

아이스하키를 하기 위해 섬에서 뭍으로 배를 타고 1시간, 그리고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는 6시간 여행을 마다않는 '섬마을 아이스하키 선수' 이한솔(13.비금중1).하늬(11.비금초5)군이다.

아이스하키 클럽팀인 리틀 위니아 소속인 이들 형제는 1년6개월 가까이 매주 주말이면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과천링크를 찾고 있다. 비금도는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 인근 인구 7천명의 작은 섬이다.

이군 형제가 아이스하키 여행을 시작한 것은 인도주의 의사협의회 소속 부부 의사인 아버지 이충렬(42)씨와 어머니 장용선(37)씨가 섬마을 봉사를 결심하고 1999년 9월 안양 평촌에서 비금도 대우의원으로 옮기면서부터.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아이스하키를 할 수 없게 된 손자들을 딱하게 여긴 할머니 이춘옥(66)씨는 주말 아이스하키 여행을 제안했다. 형제는 주말이 다가오면 하늘을 쳐다본다. 행여 날씨가 나빠 배가 뜨지 못할까봐서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오후 7~9시) 운동이 끝나면 형제는 오후 11시36분 목포행 기차에 몸을 싣고 다음날 목포항에서 오전 7시50분발 비금도행 쾌속선에 오르며 다시 한 주일을 시작한다.

올해 비금중에 진학한 형 한솔이는 학업 때문에 아이스하키 여행을 자제할 예정이지만 동생 하늬는 한국판 그레츠키를 꿈꾸며 빙판을 찾는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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