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품 '저금리 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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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금융권의 저축금리가 떨어지자 그동안 외면당하던 부동산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잘 팔리고, 중도금 선납이 부쩍 늘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 이상을 보장하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특히 토지 수용자들이 극도로 꺼렸던 토지채권의 선호도가 부쩍 높아져 관심을 끈다.

6일 한국토지공사(http://www.koland.co.kr)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동백지구의 원주민용 토지보상채권(2년 만기)이 76억원어치나 발행됐고 죽전지구 주민들도 2백76억원어치의 토지채권을 받아갔다.

원주민들은 토지 보상비를 전액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나 저금리 시대를 맞아 돈 굴릴 곳이 마땅찮자 이자가 은행저축보다 좀 높은 채권을 원하고 있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토지채권 이자율이 시중금리보다 훨씬 낮아 대부분 현금으로 받아갔다" 며 "상업용지 우선 분양권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토지채권 이자율이 연 6.3~7.8%로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게 가장 큰 이유" 라고 풀이했다.

저금리 기조가 오래가자 미분양 아파트도 잘 팔리고 있다. 특히 입주 후 월세나 전세가 잘 나갈 만한 소형 아파트는 소진 속도가 빠르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대림아파트는 지난달에만 미분양 1백여가구가 팔렸는데 이중 80%가 24평형이었다. 박도업 분양소장은 "주변의 수요와 가격 등 임대사업에 대해 상담을 한 뒤 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고 말했다.

관심 밖이던 대형아파트에까지 매수 입질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부천 범박동 현대홈타운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팔린 1백8가구 가운데 38평형 이상 대형이 59가구로 절반을 넘는다.

경기도 용인 수지 LG5차아파트도 설 이전까지만 해도 한 건도 없던 미분양아파트 계약이 요즘에는 하루 5~6건씩 이뤄진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 수는 5만7천2백84가구로 지난해 12월(5만8천5백50가구)에 비해 2.16%(1천2백66가구)줄어든 것으로 건설교통부 조사에서 나타났다.

특히 요즘 계약자의 상당수가 선납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납 할인율이 연 7.5%선인 데다 취득.등록세도 할인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실제로는 분양가의 10% 정도 할인을 받는다.

은행 이자율을 웃도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도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LG건설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지은 'LG홈팰리스' 오피스텔 재분양을 시작한 지 10일 만에 잔여분 30여실(총 3백28실)가운데 25실이 팔려나갔다.

회사가 분양가의 절반을 내면 2년간 연 22.5%의 임대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시중금리가 낮은 게 부동산시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며 "그러나 당장 이자율만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다.

황성근.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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