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고 교장선임 마찰, 입학식도 못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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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94년 내신성적 조작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서울 상문고에서 재단측이 임명한 신임 교장이 2일 졸업생들에 의해 학교 밖으로 밀려나는 등 학내 갈등이 재연됐다.

재단측이 94년 내신 조작 등과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았던 장방언(張方彦.60) 당시 교감을 새 교장으로 임명하자 이날 張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교문 안팎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상문고 정상화 공동대책위 소속 교사 50여명과 졸업생 30여명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교문 앞에서 張교장의 출근을 저지했다.

또 학부모 1백여명도 이에 가세해 이날 예정된 개학식과 입학식이 무산됐다.

이들 대표는 張교장과 만나 사퇴서를 쓸 것을 종용했으나 거절당하자 張교장을 강제로 교문 밖으로 밀어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새 학기 수업시간표를 통지받지 못해 당분간 수업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張교장은 1일 14명의 담임교사를 다른 교사들로 대체해 2, 3학년 일부 학급에는 두명의 담임교사가 임명되는 사태도 생겼다.

상문고는 94년 퇴진했던 재단 이사진이 지난해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공대위 대표 최인환(崔寅煥.44)교사는 "수업에 차질을 빚더라도 신임교장 반대투쟁을 벌이겠다" 고 말했다. 학생회도 3일 대의원 회의를 열고 수업거부 등 행동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張교장은 "비리 문제에 대해 이미 법적인 책임을 졌기 때문에 교장으로서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다" 며 교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사들 중엔 수업 정상화가 더 중요하며 적법절차로 임명된 교장이므로 수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재단 복귀 찬성 교사와 반대 교사들간의 의견 조정을 중재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정현목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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