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탄 이회창총재 "아이고 혼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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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이고 혼났다. "

한나라당 이회창(http://www.leehc.com)총재가 2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아침 지하철 1호선(종로3가→영등포역)을 탔다가 해고 여성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성애(趙誠愛.32, 뒤에 '산재(産災)없는 일터회' 간사로 확인됨)씨에게 쓴소리를 듣고서다.

李총재는 지난 1월부터 민심탐방 차원에서 매달 한차례 지하철로 출근(가회동 자택→여의도 당사)을 해왔다.

趙씨가 먼저 사진기자들에게 "李총재만 찍지 말고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을 찍어라" 고 소리쳤다. 맞은편에 있던 李총재가 "대우차에 가봤다" 며 趙씨 앞으로 갔다. 趙씨는 "대우차에서 산재 장애인을 해고한 것을 아느냐. 부평역에서 시위 중이다" 고 따지듯 물었다.

李총재는 "얼마 전 한국노총에 가서 제도개혁을 약속했다. (나를)적대시하지 말라" 고 말했다. 대화 도중 李총재의 표정엔 가끔씩 어색함과 곤혹스러움이 드러났다.

▶趙씨〓총선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우차를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시위현장엔 아무도 안 나왔다.

(李총재 측근들이 '그 지역에서 야당이 다 떨어졌다' 고 해명)

▶趙씨〓평상시 잘했으면 왜 떨어졌겠느냐. 해준 게 없다.

▶李총재〓야당이어서 저쪽(여권)이 마음대로 한다.

▶趙씨〓의원 꿔주기(민주당 의원의 자민련 이적)는 정말 코미디다. 그러나 제1당일 땐 뭘 했나. (李총재도)야당 되니 찬밥 대우받는데 그보다 더한 게 노동자들이다. 그만 가라. 이런 (카메라)불빛 처음 받아본다. 편하게 갈 수 있게 해달라.

▶李총재〓말해줘서 고맙다. 같이 풀어가자.

▶趙씨〓(이 행사가) '전시(展示)행정' (같은 것)아니냐.

▶李총재〓전시행정이면 피하지, 이렇게 대화하나.

▶趙씨〓하기야 '국민과의 대화' 를 보니 대통령은 자기 얘기만 죽죽 하더라. 지지정당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지지할 수 있도록 잘해달라.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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