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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 발언 파장… 남북과거사 해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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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황태연 교수의 발언 파문을 계기로 남북간의 '과거사 정리' 해법에 대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 '국제법 적용' 논박〓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의 관계로 보고 국제법을 적용한 黃교수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黃교수는 "한국전쟁.KAL기 사건 등은 국제법적인 재판을 통해 잘잘못을 가려야 하며 사과는 다음 순서" 라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연구위원〓유엔 회원국이면서 동시에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라는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감안하면 명쾌하게 이 문제를 국제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잠정적 특수관계' 로 규정하고 있다.

▶송영대(宋榮大)전 통일부차관〓분단과 전쟁을 경험해 특수한 국민 정서가 있는 상황에서 과거사는 법적 접근보다 민족화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진정한 화해에는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

▶서울대 법대 백진현(白珍鉉)교수〓재판에 먼저 회부해야지 선(先)사과를 요구할 사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의 개념을 혼동한 것이다. 金위원장 답방 때 사과 요구를 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온 이상한 논리다.

▶통일연구원 황병덕(黃炳悳)선임연구위원〓황태연 교수의 발언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측면 지원하려다 생긴 일로 본다. 답방 성사에 오히려 부담을 주게 됐다.

◇ '당위' 와 '현실' 의 괴리〓대부분 전문가들은 "과거사 문제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문제다" "우회해선 안되지만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고 말한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과거사 정리' 의 수순을 놓고는 고민하고 있다. 황병덕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답방에서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면 북측은 당연히 거부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정세현(丁世鉉)전 통일부차관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계속 이끌어 가면 언젠가는 金위원장도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더 이상 남측과의 협력이 어렵다고 판단할 시점이 올 것" 이라고 전망했다.

고유환(동국대) 교수는 "당장 구체적 사건별로 사과를 받기는 힘들다" 며 "이번 답방에선 우선 포괄적인 유감 표명을 추진할 수 있다" 고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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