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포츠 돈 못받아도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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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에 개방 바람이 분다면 그것은 프로 스포츠가 선도할 것 같다. 평양 실내체육관에 국제적 스포츠 용품 회사인 '필라(FILA)' 의 광고판이 나붙는가 하면 북한 탁구의 간판스타 김성희 선수도 중국 프로팀 입단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주의 스포츠의 꽃인 프로 개념이 평양에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복싱과 축구는 평양의 프로스포츠 바람을 이끈 주역이다. 복싱의 프로화는 1992년 7월 '프로권투협회' 가 결성되면서 시작됐다. 북한은 93년 4월 최초로 평양 청춘거리 경기장에서 '공화국 프로권투선수권대회' 를 개최했다.

이어 북한은 95년 세계권투평의회(WBC)에 가입한 데 이어 97년에는 세계복싱협회(WBA)와 범아시아권투협회(PABA)등 국제 스포츠 기구에 차례로 가입하면서 세계 진출의 발판을 다졌다.

축구의 프로화는 90년 평양컵 국제대회에 '상금제' 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일종의 '세미프로' 방식으로 우승팀에 2만달러, 2위팀에는 1만달러, 3위팀에 5천달러가 지급된다.

농구도 97년부터 남자팀 '태풍' 과 여자팀 '폭풍' 창단을 계기로 프로화의 길을 걸었다.

이어 여자농구팀 '번개' 와 '대동강' 도 차례로 창단됐다. '폭풍' 을 비롯한 '번개' '대동강' 등 3개 여자농구팀은 97년 러시아.쿠바.중국.불가리아 등지의 여자팀을 초청해 19차례의 친선경기를 가졌다.

경기 전적은 14승4패1무승부로 좋은 편이다. 그러나 프로스포츠라 해도 북한의 프로는 남측과 달리 '무늬만' 프로인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자신의 전적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남측과 달리 북한의 경우에는 상금의 대부분은 국가와 소속단체에 귀속된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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