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주식 전환은 왜] 사채발행 숨통 틔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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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외자유치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빚을 줄여 왔다.

1997년 4백%에 육박했던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999년 2백15%로 낮아졌고, 이자보상배율은 0.9에서 1.2로 높아져 장사해 번 돈으로 겨우 이자를 낼 만한 수준이 됐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은 대만(80%, 4.5).싱가포르(93%, 5.3)에 못미친다.

그나마 상당수 기업은 부채의 절대규모는 줄이지 못한 채 자산재평가나 보유주식에 대한 평가이익으로 장부상 부채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떨어져도 기업의 재무구조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기업들이 주식 관련 사채나 우선주 등을 발행해 돈을 모으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으로 은행빚을 갚으면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바꿔주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주식보다 주가등락에 따른 위험이 적다.

주가가 오르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위험도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쯤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품은 일부 기업의 대주주들이 변칙 상속과 증여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문제점이 나타나자 감독 당국이 발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D증권 채권팀장은 "주식과 같이 할인발행을 허용하고 전환가격을 낮게 잡으면 CB도 발행이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주식 관련 사채는 발행한 뒤 3개월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식으로 전환하기까진 부채로 잡히지만 주식으로 바뀌면서 자본금이 늘어나는 한편 공급물량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저금리 상태가 이어지면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릴 것이며,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면 어느 정도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주식 관련 사채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방안으로 기관투자가의 CB.BW 전용펀드 조성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CB.BW를 많이 편입하는 펀드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우선주란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주고 회사가 청산할 경우 남은 재산을 나눌 때 우선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청산할 때 우선권을 주는 것을 상법에서 막고 있다. 중앙대 오규택 교수는 "미국에선 벤처기업이나 신용이 약한 기업들이 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며 "우선변제권을 줌은 물론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거나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도 나와야 한다" 고 주장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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