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48. 어처구니 없는 의료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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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얼마 전 우리 소비자보호원에 李모(34)씨의 가족이 의료피해를 호소해 왔다.

가족들에 따르면 李씨는 왼쪽 배(위상복부)가 매우 아파 한 병원을 찾아갔다.

위 내시경 검사 결과 "위궤양과 조기 위암이 의심된다" 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암 조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 3개월간 2주에 한번씩 위궤양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도 차도가 없어 위 내시경 검사를 다시 했지만 역시 암 조직은 없다고 했다.

그 후에도 4개월간 위궤양 치료를 더 받다 다른 병원에 가 위암 진단을 받고 이내 숨졌다.

조사를 해보니 李씨가 처음 찾은 병원의 진료의사는 소화기 내과 전문의가 아니라 수련의였으며, 그 수련의는 위암 진단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분쟁조정을 통해 李씨 가족들이 일정액의 배상을 받게 했다.

소비자보호원에서는 1999년부터 의료서비스 분쟁조정 업무를 해오고 있는데 의료피해를 호소해 오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상담건수는 99년 5천6백70건에서 2000년에는 9천7백75건으로 72% 증가했고 이 가운데 각각 2백71건, 4백50건을 피해구제로 처리했다.

의료사고나 의료불만에 대해 분쟁조정 처리한 것을 토대로 사고원인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의사가 진료행위로 유해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의식을 집중해야 할 '주의 의무' 를 위반한 경우가 49%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의사가 환자에게 진단 결과.부작용 등을 쉽고 정확히 설명해 주어야 할 '설명 의무' 위반(12%), '과잉.부당 진료' (10%) 등이었다.

이로 미뤄 의사.간호사 등 의료분야 종사자들이 기초적인 의무를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주의만 제대로 기울인다면 건질 수 있는 생명을 잃게 해서야 되겠는가.

이해각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의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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