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명의 무로 바라보기] 나름대로 풀이할 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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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용옥(金容沃)의 『논어』 강좌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의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해 좋아하는 이들이 다수지만, 싫어하는 이들도 많다. 또 강의 내용은 좋지만 비속어 사용을 싫다고 하는 이들이 있고, 시원스럽게 표현하는 그의 개성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그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말들을 몇 개로 압축해 들어보자. "공자는 없고 소인배만 있으며, 소인배가 군자를 말하는 격이다" , "50세가 넘었지만 공자가 가르친 군자상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소인배가 젊은이들 앞에서 재롱을 떠는 격이다" , "쇼맨십에 의한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장자나 공자를 이용해 문화권력을 얻으려고 한다" , "학문의 정도를 어지럽히는 덕(德)의 적(賊)이다" , "그가 30~40년 피땀흘려 만들었다고 하는 40여권의 책들 가운데, 한 권도 정통 학계에서 학문적 업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한 문장도 주요 논문에 주된 논거로 인용되지 않는다" 라는 말들이 먼저 떠오른다.

***동양학 바람 일으킨 金容沃

그런데 저 비판들을, 비판자 자신에게 되돌려서 "그렇다면 그대는?" 이라고 물으면 어떤 답이 나올까. 다같이 군자상을 맛보지 못한 소인배, 문화권력 지향자, 덕의 도적이 된다.

그리고 동양학 바람을 일으키는 데 김용옥이 공헌한 것의 천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무능력자가 된다. 김용옥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해 비판자에 대한 비판, 다시 그 비판에 대한 비판을 하는 식으로 끝까지 비판을 몰고 나가면 어떻게 될까. 오직 비판만 남는다.

김용옥을 비판하는 책을 펴낸 이는, 김용옥과 자기를 동시에 비판하는 이에 대해 "그렇다면 진작 전공자로서 비판하고 나설 일이지, 이제 와서 양비론을 펴면 어쩌자는 거냐" 고 불평하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김용옥의 강의와 그에 대한 비판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소인배도 군자를 제 깜냥으로 풀이할 권리가 있고, 비전문가나 지식이 부족한 이도 자기 판단에서 고명한 전문가를 비판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할 뿐이다.

***작가 손 떠나면 讀者들의 몫

어떤 작품이 작가의 손에서 떠나면 이미 그 작품은 작가의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각기 자기 관점에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취향도 각기 다르다.

『논어』에 대해 김용옥은 주자나 다산과 다른 풀이를 할 수가 있고, 독창적인 해석이 더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에 대해 시청자들은 얼마든지 자기 나름대로 찬탄하거나 비판할 권리가 있다. 물론 '군자의 도리' 라는 기준은 있어야 하겠지만, 그 기준도 풀이하기에 따라서 천만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

불교에서 교조인 석가가 직접 정토종.진언종.선종을 만들지 않았다. 아주 단순한 사성제나 연기법의 기본으로부터, 만법에 고정적 실체가 없다는 공(空)사상, 모든 것이 마음의 규정에 불과하다는 유심(唯心)사상, 그래도 열반이라는 최고의 행복 종자가 인간에게 있다는 여래장(如來藏) 불성(佛性)사상이 나왔다.

불교는 석가의 가르침을 아무리 응용해서 풀이해도 좋다고 한다. 단지 공사상과 유심사상의 기본을 벗어나지 않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아무리 박학다식하고 머리가 좋아도 별 수가 없다. 기껏해야 사물에 대해 관찰하고 해석할 뿐이다. 석가는 인연법을 가르치면서도 그것을 자기가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우주의 영원불변한 진리를 드러냈을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세상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다. 인간 지놈 지도를 해독했더라도 그것을 지어낸 것은 아니다. 있는 것을 한 측면에서 관찰할 뿐이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른 관찰과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김용옥에 대한 비판자들을 보면 대부분 같은 분야의 전공자들이 아니다. 왜일까. 전공자들은 그의 강의 내용이 흡족하지 않더라도, 내팽개쳐졌던 동양학의 가치를 전 국민들에게 알려준 데 대해 감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비판자들도 일부러 동양학에 관심을 끌기 위해 비판의 말을 붙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풀이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다. 물론 비방은 안 된다.

석지명 <법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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