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뢰도 높지 않다" 진념 부총리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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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금융연구원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다시 뛰는 우리 경제,한국 경제의 비전’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국민의 정부 3년동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반성이 나왔다.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준비된 원고 대신 “외환위기에서 너무 빨리 회복된 것이 많은 사람들을 자만에 빠지게 했다”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陳부총리는 “각계 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정책을 결정하고 정해진 정책은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금융연구원 차백인 박사는 “지난 3년간 정부의 최우선 과제를 붕괴된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본다면 그동안의 결과를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향후 과제는 구조조정의 상시화를 통해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웅 성균관대 부총장은 “거시경제 지표 등으로 보면 괜찮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서도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데다 공적자금 투입의 비효율성을 감안할 때 산뜻한 개혁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중수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 비해 노동시장과 공공부문의 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아직 신뢰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기업들은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하며,정부는 실현 가능한 법을 만들고 이를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성근 연세대 교수는 “자생적인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경쟁을 촉진하는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며 “예컨데 최근 정부가 ‘금융기관의 예대마진이 적으니 이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경쟁에 따라 예대마진이 줄어들면 자생력이 없는 금융기관은 퇴출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河교수는 또 “정부가 본전을 찾을 생각에 부실 금융기관에 계속 공적자금을 대주어서는 안된다”며 “공적자금도 과감한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회수)를 통해 규모를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배.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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