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마골프채 대량 밀수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도쿄=오대영 특파원]일본 혼마(本間)골프채가 회사 간부의 개입 아래 한국으로 대량 밀수출된 사건이 드러나 일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혼마 골프채는 한국 골프 애호가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제품이다.

23일 아사히(朝日).지지(時事)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 공안부는 이날 오전 도쿄(東京)도 세타가야(世田谷)구 혼마골프 본사에 대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밀수를 주도한 오사카(大阪)제3빌딩점(혼마 직영점)의 다부치 준(40)점장과 공모한 이영병(李英炳.36.회사원)씨 등 재일동포 2명을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해 적자를 내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혼마사는 이번 탈세조사로 1959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찰은 "지금까지 수사 결과 다부치 점장이 지난해 4~7월 李씨 등을 통해 여섯차례에 걸쳐 4억9천만엔 상당의 골프채 2만2천개를 한국 밀수조직에 불법 판매하는 등 밝혀진 밀수액만도 7억3천만엔(약 80억원)에 이른다" 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99년에도 10회에 걸쳐 밀수출을 해 불법 판매된 골프채는 모두 30억엔(약 3백3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수사 결과 골프채는 일본 고베(神戶)항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납 부스러기 컨테이너에 숨겨 밀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부치는 한국 밀수조직으로 빼돌린 골프채를 면세대상자 등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판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 대금은 한국 밀수조직이 일본에 만든 지하조직의 간부를 통해 다부치의 개인계좌로 송금했다. 다부치는 99년부터 李씨와 함께 혼마 본사 간부를 두차례 만나 가격협상을 벌였으며, 본사 영업본부장과도 상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은 이에 따라 본사 경영진이 전용계좌 개설 및 판매방법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집중 추궁하고 있다.

오사카 혼마직영점은 불법판매 이후 매달 1억엔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려 혼마의 일본내 영업점 1백여곳 가운데 최상위권에 올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