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 중도포기 1분기 30% 이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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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 1월부터 서울 관악구의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했던 金모(40.여.관악구 신림동)씨는 3개월 계약기간의 절반을 갓 넘긴 최근 일을 그만뒀다. 사회복지시설인 어린이집에서 식당보조일을 맡았던 金씨는 "종일 밥짓고 설거지 하는 것이 힘들었다" 고 중도 포기 이유를 밝혔다.

일당 2만2천원을 받았던 金씨는 "식당 일을 하면 이보다 더 받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실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벌이는 공공근로사업의 중도 포기자가 줄을 잇고 있다.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평균 포기율이 15%에 달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1분기 사업이 끝나는 3월말에는 3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공공근로에서도 3D기피 현상이 뚜렷해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직종일수록 포기율이 높다.

올해 1분기 공공근로사업 대상자로 8천50명을 선발한 대구시의 경우 구청별로 15~30% 정도가 중도에서 일을 그만둬 대기자들로 메웠다.

특히 30.7%의 중도 포기율을 기록한 중구청에서는 도심 벽보뜯기나 재활용품 선별작업장 등 비교적 노동강도가 높은 사업장의 근로자 2백22명 가운데 36.5%인 81명이 그만뒀다.

부산시도 1분기 공공근로사업 시작 후 한달만에 중도 탈락자가 20%선에 이른다.

이같은 현상은 모집단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북도의 1분기 공공근로자 모집과정에서는 문서수발.전산작업 등 일이 간편한 사무.행정분야엔 모집인원의 두배 이상이 몰리고 도로보수.하천정비 등 힘든 일은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원인은 업무강도에 비해 보수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근로자에게는 업무내용과 강도에 따라 2만2천원.2만7천원.3만2천원 등 세종류의 일당이 지급된다.

2천8백명의 1분기 공공근로자 중 23일 현재 6백32명이 그만 둔 대전시의 경우 포기자의 56%가 저임금을 이유로 들었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정인(李廷仁.50)지역연구실장은 "공공근로의 중도 포기자가 많다는 것은 기본설계와 운영이 잘못됐음을 드러낸 것" 이라며 "업무강도 등을 감안해 보수의 형평성과 인원선발 등 개선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공공근로사업은 IMF 이후 급증한 실업자들에게 임시 일자리를 주기 위해 벌이는 사업으로 98년 시작됐으며, 올해는 6천5백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최근 실업자가 크게 늘자 예산의 45%인 2천9백25억원을 1분기에 투입, 18만1천명을 공공근로사업에 고용키로 했다.

대구=홍권삼,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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