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와 민주주의 주변정세]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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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과 미국에는 북한의 변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수많은 병력을 배치해 놓은 것을 증거로 든다.

또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실현될 지 아직 불투명하고 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도 북한의 변화를 의심케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북한이 완전히 변했다고 볼 수는 없어도 지난 1~2년 사이에 뚜렷한 변화의 징후를 보여주었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크게 변했다. 金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의 주둔을 양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협상을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한 사실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런 변화를 무시해선 안된다. 북한의 변화는 동북아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은 크게 줄어들었다.

북한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심각한 경제난 때문이다. 金위원장이 벼랑끝에 몰린 북한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외부세계에 북한을 개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올해 초 상하이(上海)를 둘러보면서 단순한 국제사회의 지원이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수준을 넘어 경제개혁을 단행할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변화는 더 이상 '과거의 은둔왕국' 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의 중지에 합의한다면 동북아 안보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동북아 안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남북한.미.일.중.러 등 6개국 중심의 '동북아안보기구' 를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스탠리 로프<전 미국무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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