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CEO반응] "은행사정 너무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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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1일 오후 5시. 사회를 맡은 서강대 김병주 교수가 "질문할 금융기관장 계시면 하십시오" 라고 마이크를 청중석으로 돌렸다. 그러나 2분간 침묵이 흘렀다. 金교수는 "이래서 문제입니다. 나중에 저한테 말씀해주시면 제가 정부에 건의하겠습니다" 라고 말을 돌렸다.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날 예민한 현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진념 부총리가 "여러분들의 노고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고 말하자, CEO들의 얼굴이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그동안의 고충이 통째로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속에 든 말을 조심스레 털어놓는 CEO도 있었다.

한 시중은행장은 "수수료를 받지 말라느니, 금리를 내리라느니 하는 이야기는 말도 안돼. 그러다간 은행이 다 죽어" 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다른 시중은행장은 "수익성도 좋고, 공익성도 좋지만 몰라서 못하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안팎으로 치이고 있는 시중은행 입장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한 금융기관 CEO는 "요즘은 금융기관이 난타당하는 시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일부에선 "이런 모임이 필요하다" 고 했지만, 일부 금융기관장들은 "정부로선 이렇게라도 폼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 고 꼬집었다. 한 우량은행장은 "이런 모임도 좋지만, 금융개혁은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거부했던 제일은행 호리에 행장도 행사 막바지까지 남아 정부의 메시지를 들었다.

그러나 금융기관 협의회에 대해선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한 협의회장은 "이렇게 모여야 각자의 고충이 이해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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