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답방 논의 채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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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이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4~5월에 김정일(金正日)위원장이 답방(答訪)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 고 밝혀 대북 접촉 경로 및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공개 발언이 보도되자 林원장측은 진화에 나섰지만 이런 언급은 金위원장의 서울행을 위한 남북 당국간 막후 접촉이 이미 시작됐음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반기 중 답방' 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에 '4~5월 답방' 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제안은 비교적 최근에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접촉 채널로는 임동원-김용순(金容淳.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간의 비선 채널이 꼽힌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金위원장의 '2001년 봄 답방' 을 잠정 합의했던 제주회담의 주역이다.

답방시기 조율이 워낙 매머드급 현안이어서 다른 채널을 제치고 林국정원장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정보 소식통은 21일 "金위원장의 중국 상하이(上海)방문 직후인 지난달 하순께 林원장의 방북설 등 남북간 극비 접촉설이 나돈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 이라고 말했다.

林원장이 직접 움직이지 않는 대신 김보현(金保鉉)국정원 3차장(대북담당)과 북한의 송호경(宋虎景)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라인을 가동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이기 때문이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전금진(全今振)내각 참사간의 장관급회담 채널도 거론되지만 "주로 회담 때만 공개적으로 가동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 이란 게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답방시기에 대한 구체적 조율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林원장이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연내에는 오지 않겠느냐" 고 말한 점에 비춰 '올 봄 답방' 에 변경요인이 생겨 남북간 시기 재조정이 진행 중일 것이란 추측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15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안에 반드시 이뤄진다" 며 답방시기를 넓혀 잡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정부 당국자는 "비공개 채널로 답방날짜 등을 확정한 뒤 판문점 공개 준비접촉을 통해 의제와 회담형식 등을 본격적으로 협의해 나가게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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