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안개 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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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천공항에 짙은 안개가 자주 끼고 장시간 지속되는 이유는 지상의 환경에 인위적인 변화를 가했고 인접한 바다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특히 해무(海霧)는 육지의 안개에 비해 농도가 짙고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장기간 지속되는데도 당국이 해무의 영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金丁勖)교수는 '영종도 신공항 문제점과 대안' 이라는 연구서에서 "바다였던 1천7백만평을 매립해 환경이 변한 데다 아스팔트까지 깔아 낮에는 기온이 뜨거워지고 밤중에는 기온이 급격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더운 낮 동안에 인근 바다에서 증발했던 수증기가 차가워진 활주로 때문에 쉽게 응결, 안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초 환경단체들은 "인천공항은 어느 국제공항보다도 안개 발생 일수가 많을 것" 이라며 영종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했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 조준성(曺準成)부장은 "계절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인천공항에는 해무가 한달에 두번 이상 발생한다" 며 "안개가 걷힐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지장이 적지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대기과학과 박순용(朴舜用)교수는 "신공항 개항초인 3, 4월의 해빙기나 눈.비가 많이 오는 경우 안개 가능성이 더욱 크다" 고 말했다.

◇ 대책〓가장 좋은 대책은 활주로 시설을 첨단화해 가시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인천공항은 시정이 2백m 이상이면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다. 이는 김포공항보다 1백m 이상 개선한 것이나 최근의 안개 상황으로 봐서는 이 또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설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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