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주식투자 "올 매수 여력은 6조원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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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국내 연·기금들은 올해 6조원 이상, 내년에 8조5천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우량주들의 매수기반을 확대해 증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21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연·기금 자산은 각각 1백20조·1백70조원 증가할 전망이라며 늘어난 자산의 5%만 주식 매수에 사용할 경우 연·기금의 주식 매수여력은 올해 6조원, 내년 8조5천억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4대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10% 안팎)수준까지 주식매입이 늘어날 경우 연·기금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올해 12조원, 내년 17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삼성증권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경제활동인구 증가와 정부의 연·기금 기반강화 등으로 국내 연·기금 자산은 지난 1996년 이후 연평균 43%씩 증가해 내년 말에는 6백조원을 넘을 전망”이라며 “연·기금 자산이 99년 이후 연 1백조원 이상씩 급팽창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의 언급이 없더라도 연기금들의 주식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99년?연기금 관리법의 개정으로 정부가 올부터 기금자산을 신규 차입할 수 없게 된 것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연기금 자산의 절반 가량을 낮은 금리로 차입해 사용했었다.

김팀장은 “외국인들이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지난해 말 기준 주식 보유규모를 56조6천억원(시가총액의 30.1%)으로 늘린 것은 국내 주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증거”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기금들도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정영길 주식운용팀장은 “전체기금 63조원 중 현재 주식투자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다”며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만큼 주식비중을 점차 10% 이상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학연금기금 이세우 운용2팀장도 “현재 전체 기금의 약 1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만 현금 보유비중이 커 1천6백억원 정도 주식을 더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김중곤 연구원은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는 급등락이 심한 국내 증시를 안정시키고 기관화 장세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기관화 장세에서는 우량주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거래소 종목이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홍 기자<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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