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전축도 8㎝ 움직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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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대지진이 지구의 자전축을 움직였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가 밝혔다. 이로 인해 하루의 길이도 약간 짧아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규모 8.8의 칠레 지진은 지구 속 암석의 위치를 바꿔놓을 정도로 강력해 지구의 자전축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NASA 제트추진체연구소 리처드 그로스 박사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지구의 자전축은 8㎝ 정도 움직인 것으로 추산됐다. 또 하루의 길이도 1.26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100만 분의 1초) 짧아졌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스케이터 효과’라고 부른다. 김연아 선수가 얼음 위에서 제자리 회전을 할 때 팔과 다리를 안으로 잡아당길수록 회전 속도가 빨라지듯 지진으로 지구 속 바위가 자전축 쪽으로 몰리면서 자전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이다. 지진은 섬을 솟아오르게 만드는 힘도 있다. 영국 리버풀대 안드레아스 리트브록 교수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에서 115㎞ 떨어진 칠레 제2의 도시 콘셉시온 앞바다에 있는 산타마리아 섬이 2m 정도 솟아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2004년 규모 9.1을 기록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도 지구 자전축을 8㎝ 정도 움직였으며 하루 길이가 6.8마이크로초 짧아졌던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대만의 국립중앙대 벤저민 퐁 차오 교수는 “지진으로 인해 움직인 자전축은 원상 회복되지 않고 한 번 짧아진 하루 길이도 다시 길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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