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머니 핏'·'위트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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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추위가 가시고 날이 풀리면서 집을 짓거나 수리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온다. 집수리나 집짓기는 돈도 많이 들고, 사람도 지치는 힘든 일이다.

미국 영화 '머니 핏' 과 '위트니스' 를 보면 집을 짓고, 고치는 일도 처리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니 핏' 은 스필버그가 감독했다는 사실이 의아스러울 정도지만 집수리가 힘든 것만은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은 겉만 그럴듯하고 실제로는 다 부서져 가는 집을 속아 사고는 실망하고 분개한다.

하룻밤이 지나면서 집이 엉망인 것을 하나씩 발견하는 과정은 헌 집을 사본 사람이라면 "그래 나도 저랬지" 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이와 함께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집수리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돈이 들어가는 것도 잘 표현하고 있다.

또 2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하던 일이 넉달이 넘도록 끄는 것은 집을 고쳐본 사람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집수리의 가장 힘든 부분을 경제적 위기, 또는 인부들과의 갈등으로 그리기보다 오히려 집수리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가족간의 갈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물론 집이 그림같이 고쳐지고 나서는 화해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한편 액션영화에 속하는 '위트니스' 에서는 집을 짓는 일도 협동으로 힘을 합하면 축제와 같은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위트니스' 는 기독교의 한 분파로 17~18세기식 의복과 생활양식을 유지하며 공동체적 생활양식을 고수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아미시 마을이 배경이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영화지만, 예스럽고 평화로운 농촌마을에서 공동으로 집을 짓는 과정에서 폭력에 찌든 뉴욕의 형사가 인간적인 따스함을 맛보는 과정이 흥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집짓기 장면은 순수 목조가옥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전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온 마을 사람들이 각자 바구니에 음식을 싸들고 모여서 여자들은 음식차리기와 뒷바라지를 하고, 남자들은 집을 지어 올리면서 하루 만에 축제분위기 속에서 집을 완성해 가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만든다.

혼자 하면 힘든 일을 같이 하면서 축제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아미시 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이면서 지금은 잊혀진 공동체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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