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다큐영화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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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독일 감독 빔 벤더스가 체 게바라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는 쿠바에 헌사하는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라이브 공연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음반을 기획하고 이들을 세상에 알린 프로듀서인 라이 쿠더가 쿠바 혁명으로 흩어졌던 늙은 음악인들을 찾아내 음반을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에 담았다.

“난 이제 구두닦이를 하지 않아도 돼요”라는 쿠바의 ‘냇 킹 콜’ 이브라힘 페레(74)나 “내 나이가 지금 아흔인데 또 아이를 낳으려고 해”라고 떠들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콤파이 세군도(94), 그리고 가볍게 피아노 건반 위를 날으며 소녀들의 흥취를 돋우는 수줍은 피아노맨 루벤 곤살레스(82)가 음악을 이야기하고 연주에 심취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생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기동성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든 빔 벤더스 감독은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해 꾸밈없이 얘기하는 그들 뒤로 빛바랜 유화처럼 낡은 도시 아바나의 곳곳을 비춘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의 강렬한 힘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음악이다.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에 각 멤버들이 연습삼아 부르고 연주하는 노래들이 주는 신선함, 그리고 전 멤버가 하나 된 암스테르담 공연과 뉴욕 카네기 홀 공연의 강렬함…. 금방이라도 일어나 탭댄스를 추고 싶게 만드는 역동적인 음악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진한 감동을 준다. 1999년작. 3월 1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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