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개척, 그들이 있었기에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남편은 세상을 떠났지만 아이들에게 아빠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상을 받아 큰 위안이 됩니다.”

영산재단(이사장 이홍구 전 총리)이 수여하는 ‘2009 올해의 외교인상’ 수상자인 고(故) 유홍근 주 카메룬대사관 참사관의 부인 김선희(36)씨는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26일 오후 6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 일곱 살인 딸 채은이를 데리고 참석했다.

유 참사관은 지난해 6월6일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 한-카메룬 1차 정책협의회 준비를 위해 1주일간 귀국했다가 쓰러졌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올해의 외교인상’시상식. 왼쪽부터 신각수 외교통상부차관, 최광수 전 외무장관, 고 유홍근 참사관 부인 김선희씨, 이홍구 영산재단 이사장, 이재준 신한크메르은행장과 부인 이성희씨, 신상훈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 [김성룡 기자]

유 참사관은 유엔대표부 국제법 담당관으로 근무한 뒤 2008년부터 에너지 외교의 거점인 카메룬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업무를 맡았다. 영산재단은 “제일 먼저 단신으로 부임해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등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감내하며 한·카메룬 간 관계를 구축하는 데 탁월한 외교 역량을 발휘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의 외교인상’은 매년 외교 분야에서 특별한 업적을 남기거나 어려운 환경에서 성과를 거둔 직업 외교관 1명과 민간 인사 1명에게 각각 수여된다. 시상 금액은 각 1000만원이다.

올해 민간 부문에선 이재준 신한 크메르은행장이 선정됐다. 이 은행장은 캄보디아에 신한은행의 현지법인인 신한크메르은행을 개점해 성공적으로 경영, 1년 만에 흑자를 냈다. 경영 성과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펼친 점을 인정받았다. 현지 저소득층 을 위한 서민소액금융서비스를 실시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임직원들이 모금한 12만 달러로 현지 마을에 급수 시설을 지어줬다. 영산재단은 해외에서의 기업 활동도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활동의 하나임을 이 은행장이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시상식 겸 만찬에선 신각수 외교통상부 차관이 축사를 했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