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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극장, 정부 압력으로 수익성 위주 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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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영합리화를 내세운 정부의 압력으로 공공극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의 요구에 맞춰 재정자립도를 높이려다 보니 공공극장으로서는 자제해야 할 수익성 위주의 공연에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예술의전당. 지난해 1월 정부보조기관으로 재출범한 예술의전당의 1999년 재정자립도는 72%. 지난해는 70.5%로 오히려 다소 낮아졌다. 문제는 기획예산처의 권장으로 내년까지 이를 80%로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립도 제고는 쉬운일이 아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적자 경영이라는 지적 때문에 공공극장들이 경영상의 합리화를 꾀하는 것은 탓할 일이 못된다" 며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재정자립도 제고를 강요하다 보면 공공극장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순수예술가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하면서 민간인 출신 극장장을 맞아들인 국립극장은 지난해 17%의 재정자립도를 보였다.

국립극장도 문화관광부측과 맺은 계약에 따라 내년에는 이를 20%로 높여야 하는 실정이다.

국립극장 정희섭 공연운영과장은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하는 문제 때문에 수익성 제고라는 부담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며 "때문에 대관료를 인상한다든지 공연표 가격을 높이는 문제 등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된다" 고 말했다.

국립극장측은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에 올해 재정자립도를 17%에 묶어두자는 제안을 해 놓은 상태다.

세종문화회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98년 16.2%에 불과했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26.1%로 껑충 뛰어 올랐고 올해에는 33%의 재정자립도를 달성해야 한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고 외부 지원과 협찬이 없는 상태에선 공공극장들이 ▶수익성 위주의 공연 ▶대관료.입장료 인상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문화개혁 시민연대 유승준 기획실장은 "정부가 재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공공극장에서 순수예술의 입지가 좁아지는 문제뿐 아니라 운영자측이 카페와 고급 음식점을 극장 안에 경쟁적으로 유치해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문화공간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며 정부의 배려를 촉구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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